우리의 전통문화 이야기
사람을 살려내는 우리 간장
예로부터 '음식 맛은 장맛'이라는 말이 있다. 1766년 유중림이 쓴 농업서인 《증보산림경제》에도 “장은 모든 맛의 으뜸이다. 집안의 장맛이 좋지 않으면 비록 좋은 채소나 맛있는 고기가 있은들 좋은 음식이 될 수 없다. 설혹 시골에 사는 사람이 고기를 쉽게 먹을 수 없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장이 있으면 반찬에 아무 걱정이 없다.”라고 했다. 이는 간장이 한국적인 맛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의미이다.
간장은 조미료의 역할만 담당한 것이 아니다. 선조들은 소화가 잘되지 않을 때는 간장 차를 마셔서 속을 달랬고, 심지어 전쟁과 기근으로 굶주렸을 때는 구호 물품으로 삼기도 했다. 간장이 발효식품인 데다 양질의 단백질과 풍부한 지방을 함유하고 있어 약도 되고 식량도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더없이 중요한 또 한 가지가 있다. 전통사회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저승사자가 와서 데려간다고 믿었다. 지역에 따라 사자상에 올리는 내용은 조금씩 다르나, 저승사자는 세 명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밥 세 그릇, 술 석 잔, 짚신 세 켤레, 묵은 간장 세 종지를 채반에 담아서 사자상을 차린 다음 현관문 밖에 놓았다. 이때 저승사자가 간장이 짜서 물을 먹으러 집 안으로 들어오면 죽은 사람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간장은 죽은 사람을 살려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니 간장 담그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1809년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에는 “하루에 두 번씩 냉수로 정성껏 씻되 물기가 남으면 벌레가 나기 쉬우니 조심하라. 담근 지 삼칠일 안에는 상가나 애를 낳은 집에는 가지 말고, 생리 중인 여자나 잡인을 가까이 오지 말게 해야 한다.”고 했다. 선조들은 좋은 날을 택해 간장을 담고 익히는 일에 온갖 정성을 다하였다.
하지만 요즘은 간장을 집에서 담그는 일이 거의 없다. 마트에서 쉽게 구입하다 보니, 우리 간장이 얼마나 우수한 식품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 책은 잊혀가는 우리 전통 간장을 지켜내려고 애쓰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이다. 할아버지는 3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주훈이네와 함께 살았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했던 간장 담그는 일을 이어서 한다. 할아버지가 해마다 장을 담자, 동네 사람들이 남자가 그런 일을 한다며 쑥덕거렸다. 심지어 할아버지는 젊은 사람에게 수치를 당하기도 했다.
게다가 할아버지는 누가 죽으면 간장 한 병을 챙겨서 나갔다. 동민이는 그런 할아버지를 보고 저승사자 조수라며 놀렸다. 주훈이는 그런 할아버지가 부끄러워서 인제 그만하라고 투정을 부린다. 간장 담그는 일을 그만두자, 할아버지는 힘을 잃어갔다.
어느 날, 동민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할아버지는 또 간장 한 병을 챙겼다. 주훈이는 할아버지가 무얼 하려는지 궁금해서 따라나서는데…….
포기했던 간장 담그는 일을 할아버지는 어떻게 계속할 수 있었을까? 또 주훈이는 할아버지가 간장을 담그실 때 왜 힘껏 도와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을까?
어린이들은 우리 전통문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또 얼마나 긍지를 가지고 있을까? 요즘은 세계 여러 나라가 한국의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고 있다. 한국 문화의 전파가 한때의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인 흐름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것을 찾아내고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우리의 중요한 미래이며 가치인 전통문화 계승에 큰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작가 소개
글 김하영
2022년 부산아동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으며, 제31회 눈높이 아동문학대전 아동문학상 동화책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2023년에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동화 단편 부문에, 2024년에는 장편 부문에 선정되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 『벽란도의 마로, 변경에 가다』, 『쏙쏙 메모지』가 있다.
그림 신소담
『어린이와 문학』과 ‘푸른 동시 놀이터’를 통해 등단했으며, 어린이책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독자에게 울림을 주는 이야기 씨앗을 찾아 오늘도 두 눈을 반짝이고 있다. 쓴 책으로 『요정도 우산이 필요해』, 그린 책으로 『차례』, 『체할라, 천천히 먹어』, 『홍시와 고무신』, 『활옥동굴과 아이』, 『전설의 달떡』, 『똥이 어디로 갔을까』, 『버럭 왕자님』 등이 있다. 『할머니 등대』, 『주황 조끼』, 『똥지게 총각 아무개』, 『모두의 앵두』는 쓰고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