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작가] 김희철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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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소개해 주세요.
_ 그런 질문 하실 줄 알았어요. 소리당번도 그랬지만 글을 쓰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했어요. 상상거리를 제공하는 글을 쓰자고, 모험이 가득한 글을 쓰자고, 그러려면 손으로만 혹은 엉덩이로만 쓰지 말고 발로도 쓰자는 것. 주인공에게는 결핍이 있고 좌절이 있어요. 주인공은 선택의 갈림길에 처해 있지만 용기 있게 선택합니다. 그 선택은 주인공을 힘들게 하지만 주제를 만들어냅니다. 누구의 이야기인가? 그리고 그 주인공은 난관을 뚫고 변화하는가? 이걸 염두에 두고 쓰면 이야기가 샛길로 빠지지 않는 것 같아요. 주인공은 따라 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어야 하고 상반된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하면 빛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글의 세계는 아이디어와 인물이지만 더 중요한 사항이 있지요. 그건 신바람 나는, 배꼽 빠지는 유머를 잃지 말자는 것입니다.
 
2. <소리당번>은 어떻게 탄생되었나요?
_ 거참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결핍된 주인공들을 찾다가 보니까 장애인들을 다루고 있더라고요. 제가 고등학생 시절 시각장애인이 기타를 치면서 길거리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넋 놓고 그 공연을 지켜보다가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그분을 따라갈 만큼 호기심이 많았어요. 공연이나 뮤지컬, 마술 등을 좋아해서 서울이나 중국을 자주 오가곤 하거든요. 어느 날 시각장애인 홀로 KTX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글 쓰는 사람인데 동행하고 싶다며 동의를 구하고 따라간 적도 있어요. 안마를 하시는 분이었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게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소리당번이 탄생되었어요.
 
3. 어린이를 위해 동화를 쓰시게 된 동기를 말씀해 주세요.
_ 여행이나 모험도 좋아하지만 태생적으로 못 말리는 호기심을 갖고 있어요. 이를테면 떠돌이 개를 만나면 그 개가 무얼 하고 무얼 먹으며 어떻게 살아가는지 멀리서 집요하게 미행을 하거든요. 개장수를 따라다니거나 개농장을 얼씬거리다가 개한테 물리고 쫓긴 적도 있다니까요. 동물들을 소재로 쓰려면 시나 소설보다 동화가 적격이기도 하지만 저의 모험심이나 호기심이 동화라는 장르와 어울린다고 생각했지요.
 
4. 앞으로 꼭 쓰시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_ 일단은 소리 시리즈를 끝내고 싶습니다. 제 첫 동화책은 곰비가 나오는 보랏빛 나팔소리였는데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이지요. 이번 소리당번엔 시각장애를 가진 새린이가 주인공이고, 다음 동화는 청각장애를 가진 꽃님이가 등장합니다. 201812회 해양문학상에서 뻘소리라는 수필로 금상을 받았는데 역시 소리가 들어가 있지요. 뻘소리도 나중에 동화로 개작할 예정입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꽃님이가 활동하는 동화도 역시 소리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가 있고요.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만큼 소리가 공통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5. 작가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_ 강호에서 무림고수가 되려면 고행에 가까운 수행이 필요하듯이 저는 글로 강호에 나가기 위해서 혹독하게 연마해왔어요. , 동시, 동화, 수필, 소설, 희곡, 시나리오 전 분야를 아우르는 공모전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혹독하게 기량을 닦았죠. 프로필에는 빠져있지만 아는 지인이 제게 전국공모전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고 말하더군요. 특히 이야기를 맛깔나게 하려면 살아있는 캐릭터를 먼저 만들어야 하는데, “왜 더 세게 몰아치지 않느냐라고 다그치는 선생님한테 5년간이나 시나리오를 사사받기도 했어요.
 
6. 훌륭한 글을 쓰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려 주세요.
_ 제가 글 쓰는 지침 중 하나가 기운생동입니다. 똑같은 글을 쓰더라도 생기 있게, 무엇보다 주인공이 살아 꿈틀거리게 쓰자는 것입니다. 문장이 중요하지만 멋 부리는 문장이 가장 나쁜 문장이다는 걸 얼른 깨달아야 돼요. 저는 뼈아픈 대가를 치르고 깨달았지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문장에 꾸밈이 많다는 이유로 본심에서 떨어졌거든요.
, , ,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라는 글을 쓴 제이 그리피스는 듣고 만지고 경험한 것들을 기록했어요. 그녀는 인적이 드문 혹독한 야생의 땅을 모든 걸 쏟아부으며 7년간이나 방랑하면서 적어나갔어요. 이처럼 발과 엉덩이로 글을 쓰려는 독기와 질긴 근성을 가지고 있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7. 그동안 쓰신 작품들을 소개해 주세요.
_ 빙산의 일각이라고 하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북극 이칼루이트나 캠브리지베이, 레졸루트 같은 이누이트 마을에 가면 수많은 빙산이 떠다니고 있어요. 빙산은 머리 부분만 나와 있고 거대한 몸통은 바닷속에 잠겨 있잖아요. 본의 아니게 그간 써놓은 글들이 그런 형상을 하고 있어요. 쓰는 족족 발표하고 책으로 묶어내는 부러운 작가님들도 많지만 저는 쓴 글들을 세상 밖으로 선뜻 꺼내 주지 못하고 있어요. 그간 써놓은 공포와 추리, 모험, 해양, 심지어 무협에 이르기까지 깊숙이 잠수해 있는 글들이 이제는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주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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