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작가] 김백신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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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소개해 주세요.

주인공이 인 작품을 좋아합니다. 물론 그 가 꼭 사람일 필요는 없어요. 꽃이면 꽃, 나비면 나비, 고양이면 고양이가 되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반드시 바꿔야 하는 게 하나 있어요. 바로 생각이죠. 사람인 내가 고양이가 되어보면 내가 좋아하는 라면도 별로가 되고, 따듯한 거실도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숨 막히는 곳이 되거든요. 내가 예쁜 장미가 되면 뛸 수도 없고, ‘엄마!’ 부를 수도 없어요. 그러면 불행할 것 같다고요? 아니요. 장미는 달콤한 향을 뽐내며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니까요.

주인공이 내가 되려면 필요한 게 더 있어요. 진실이죠. 내가 거짓말쟁이가 될 순 없잖아요. 끊임없이 소통하는 방법도 찾아야 해요. 내가 나무가 되어 평생 그 자리에 서 있게 된다면 얼마나 심심하겠어요? 그러니 바람도 친구로 만들어야 하고 낙엽을 치우는 아저씨에게 말을 걸어보는 방법도 좋죠.

남의 입장이 될 때는 꾸며낼 필요도 없어요. 있는 그대로, 속마음 그대로 이야기하면 돼요. 그러면 따뜻한 가슴과 만나게 되죠. 내 주변에 있던 것을 마음속으로 끌어들이면 그 속에 숨어있던 아름다움을 저절로 느끼게 된답니다.

 

2. <세상에서 제일 좋은 형 >은 어떻게 탄생되었나 ?

어렸을 때 학교 앞에서 산 병아리를 잃은 후 나는 잠자리 한 마리도 잡지 못했어요. 햄스터도 고양이도 예쁘지 않았어요. 그런데 대학생이 된 딸아이가 꾀죄죄한 고양이를 덜컥 집으로 데려왔지요. 누군가에게 버려져 병든 고양이라네요. ‘당장 치워!’라는 내 호령에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던 딸.

난감한 시간을 보내는 그 며칠 사이, 세상에나. 고양이가 얼마나 영특한지, 얼마나 살갑게 구는지 내 눈을 동그랗게, 내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죠. 정말 대단한 고양이였어요. 그래서 생각을 바꿨어요. 내가 고양이가 되어보기로요. 버려지는 순간의 아픔까지 모두 견뎌보기로 했어요.

 

3. 어린이를 위해 동화를 쓰시게 된 동기를 말씀해 주세요.

어렸을 때부터 배앓이를 많이 했어요.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아팠어요. 그럴 때마다 진통제 한 알을 먹었어요. 그 약을 먹으면 약에 취해 몇 시간씩 잠들곤 했죠. 오래된 이야기에요. 병원도 없는 시골에 살았거든요. 모를 일이지만 어렸을 때의 기억이 별로 남지 않은 건 그 약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잃은 기억을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어린 날엔 동화를 많이 읽었고. 어른이 된 다음에는 아이들 돌보는 걸 좋아했어요. 그리고 서른 살쯤 되었을 때부터는 내게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글로 써보는 거예요. 나를 동화작가로 만들어 준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선영이도 내가 돌보던 어떤 아이의 이야기랍니다.

 

4. 앞으로 꼭 쓰시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

나를 키워준 고향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고향에 전해오는 역사, 설화, 풍속, 전통 등을 찾아서 어린 친구들의 눈을 통해 알려주고 싶어요. 섣달 그믐날 일찍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는 삼시충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 친구들 그거 믿나요? 믿기는커녕 그런 이야기 들어보지도 못했다고요? 맞아요. 그럴 거예요. 그렇지만 여러분을 싱숭생숭한 호기심 천국으로 데려가고 싶어요.

 

5. 작가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손편지라는 게 옛말이 되었지만, 편지를 참 많이 썼어요. 초등학교 동창 친구 중에 내 편지를 받아보지 않은 친구는 거의 없을 거예요. 작가가 되기 위해 편지를 쓴 건 아니지만 돌아보면 나는 편지라는 수단으로 글을 써서 남에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죠. 편지글로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도 했어요.

내 글이 활자화되면서부터는 글쓰기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죠. 주로 수필에 대한 것이었어요. 사이버대학에 편입해서는 문장론을 시작으로 문학 장르별로 개설된 과목 모두를 수강했던 것 같아요. 그다음에 들었던 생각은, 실제로 글을 써야 한다는 것.

직장인이고, 두 아이의 엄마이고,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가난한 종갓집 맏며느리가 추가로 선택한 글쓰기는 잠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그랬을까요. 신우신염, 대상포진, 뇌경색, 폐혈증... 고약한 병도 꽤 많이 달려들었어요.

 

6. 훌륭한 글을 쓰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려 주세요 .

직장인은 하루 중 일정 시간 동안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하죠. 하루에 몇 시간 동안 일하기보다는 몇 시부터 몇 시까지로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훌륭한 글을 쓰려면 직장인처럼 글 쓰는 시간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직장인의 근무 시간과 다른 것이 있다면 타인으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시간으로 정해져야 한다는 것. 나의 글쓰기 시간은 오후 9시부터예요. 마감 시간은 정하고 있지 않지만, 다음날 새벽 2시로 한정해요.

 

7. 그동안 쓰신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말썽쟁이 크세종나눔도서로 선정된 작품집입니다. <달려라 맑은 강>,<말썽쟁이 크>.<선영이>5편으로 이뤄졌죠. <달려라 맑은강>은 맑은강이라는 이름을 가진 장애아의 이야기입니다. 가을 운동회날 맑은강을 중심으로 60명의 전교생이 하나가 되는 이야기죠. <말썽쟁이 크>는 갑자기 마을에 나타난 스컹크 이야기입니다. 누구도 당해낼 수 없는 스컹크. 마을은 스컹크의 손아귀로 넘어갈 위기에 놓입니다.

 

! 혼자라도 무서워하지 않을 거야는 잊혀진 세시풍속 중 삼시충을 주제로 한 장편 동화입니다. 엄마는 시주를 외가에 맡기며 설날에 데리러 오겠다며 떠납니다. 일찍 아빠를 잃은 시주는 엄마가 오지 않을까 봐 걱정인데 독서광인 외사촌 누나는 마귀할멈 이야기로 슬그머니 겁을 줍니다. “마귀할멈 같은 거 안 믿어!” 큰소리치지만, 상황은 점점 험악해집니다.

 

자꾸와 쫌은 자꾸와 쫌이라는 각각의 이름을 가진 햄스터 이야기입니다. 햄스터 키우기를 반대하는 엄마 때문에 솔비는 아픈 햄스터 쫌을 데리고 동분서주하지만 죽고 맙니다. 쫌이 죽은 건 엄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솔비. 하지만 엄마에게도 아픔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키우던 병아리를 떠나보낸 이후 어떤 동물에게도 마음을 주지 못했던 거죠. 솔비는 엄마의 편지를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엄마와 화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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